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한 캐나다 선교의사 올리버 R 에이비슨(한국이름 어비신)하루는 여느 마을에서 격리되어 사는 한 누추한 천민의 집에 왕진을 갔었다. 천민은 이름도 지을 수 없었기에 그저 '박씨'라고만 불리운 이 환자는 갓이나 망건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백정이었다. 에비슨이 이 백정을 왕진했다는 소문이 번지자, 그의 병원에는 손님이 끊어지고 진료를 기다렸던 환자마저도 그 말을 듣고 부리나케 병원을 떠났다. 차라리 병을 앓는 것이 낫지 백정 만진 더러운 손을 내 몸에 대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박씨는 에이비슨의 권유로 무어 목사의 교회에 다니게 됐는데 이번엔 교회가 '백정교회'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져 양반 신도들이 교회를 버렸고, 교회에 나오더라도 박씨 주변은 텅빈자리가 되어 홀로 예배를 올렸다.박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