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제 2차 세계대전 : 태평양 전쟁사 (8)

Fullsteam Paul 2024. 9. 12. 09:54

1.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였건만....

 

1941 12 7일 오전 7 55, 진주만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요일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항내는 새벽의 안개에 쌓여 있다가 점차로 화창한 햇살을 맞이하면서 화창하게 개어가고 있었다. 많은 수병들이 주말 상륙허가를 받아 대부분의 함내는 당직이었던 수병들이 오전 식사를 마친 후 서로 담소를 주고 받으면서 함내를 오가고 있었다. 오전 8시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고, 일요일 8시의 국기 게양식을 앞두고 정렬해있는 해군 군악대가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저공으로 엔진 폭음을 울리며 날아든 몇대의 항공기가 이들의 머리위를 지나 포드섬쪽으로 향했다. 국기게양을 하다가 시끄러운 소음에 놀란 한 수병이 짜증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죽겠네, 아니 아침부터 웬 곡예비행이람.... "

이때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군기들이 오전 비행훈련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한 대가 포드섬에 폭탄을 떨어뜨렸고,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아군기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 수병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 저놈이 폭탄을 떨어뜨렸어! 도대체 어쩌자고 저런 짓을...."

"저건 군법회의 감이야! 미친놈!"

이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던 어떤 육군 대령은 다음과 같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 이거 정말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 연습이로구만, 그런데 시간이 좀 이르군... 부지런한 해군놈들..."

 

대부분의 수병들은 이때까지도 곡예비행을 하던 해군기가 실수로 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이들의 머리위로 더 많은 항공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탄이 또 떨어졌다. 놀란 장교 한명이 고개를 쳐들어 항공기들을 쳐다보았다. 이 장교는 항공기들의 동체와 주익에 그려진 붉은 원을 보고는 잠시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갑자기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일본놈들이다! 놈들이 폭격을 하고 있다. 이건 훈련이 아니다!"

그러나 갑자기 혼란에 빠진 미해군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미 진주만은 일본기들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폭탄이 터졌다. 99식 함상 폭격기들이 감행한 최초의 공격은 포드섬의 해군항공기지를 포함한 진주만 근처의 비행장들이 목표였다. 마침 이때 미군은 일본기들의 공습은 꿈도 꾸지 않았고, 오히려 현지 일본인들이 파괴공작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항공기들을 격납고에서 끌어내어 비행장 한가운데에 밀집해서 모아놓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결국 하늘에서 바라본 미군기들의 상황은 그야말로 앉아있는 오리떼와 같았다.

 

결국 폭탄 한발로도 십여대의 항공기들이 불덩어리가 되 버렸고 대항하는 적기가 없어서 임의의 목표에 대해서 기총소사를 가하던 제로 전투기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공습이 시작되자 숙소에서 뛰쳐나온 미군 조종사들은 필사적으로 한 대의 전투기라도 이륙시켜보고자 했지만 이미 비행장 상공을 장악한 일본기들에 의해서 자신들의 비행기들이 조직적으로 파괴되고 있었다. 결국 포드섬과 힉캄 비행장, 휠러기지의 항공기들은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최초의 폭탄이 떨어진지 2분이 경과한 7 57, 이번에는 97식 뇌격기들의 1파가 저공으로 진주만을 향해 남쪽에서 진입하고 있었다. 이들은 포드섬의 전함열 (Battle Ship Row)을 향해서 3-4기 편대 단위로 직선으로 날아오다가 고도 30-40m에서 어뢰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어뢰들은 애초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모두 성공적으로 흰 항적을 그리면서 전함을 향해 질주했다.

 

최초의 어뢰는 전함 오클라호마에 명중되었다. 전함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강타한 어뢰가 폭발하면서 오클라호마가 크게 흔들렸다. 이때까지도 밖의 상황을 모른채 함내에 있던 수병들은 잠을 자고 있거나 식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 이들은 큰 충격에 혼비백산하여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함내에는 비상사태를 알리는 싸이렌이 계속 울려퍼졌다. 이순간 또 한발의 어뢰가 오클라호마에 명중되었다. 그리고는 곧 전함이 비틀거리면서 왼쪽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함내등은 꺼져 버렸고, 놀란 수병들이 갑판으로 뛰어나왔을대 이미 진주만은 화염과 연기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는 최초의 공격이 있은지 20분만에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으며 결국은 완전히 누워 버렸다. 수심이 얕아 완전히 가라않지는 않았지만 주위에는 이 전함에서 흘러나온 시꺼먼 중유가 뒤덮여 마치 고래가 피를 뿜으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함을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든 수병들은 중유를 뒤집어쓴채로 기울어가는 전함에서 벗어나고자 죽기살기로 수영을 해야했다. 진주만 공습이 끝날 때까지 오클라호마에는 무려 12발이나되는 어뢰와 폭탄이 명중되었으며, 완전히 뒤집혀 버린 오클라호마의 내부에는 415명의 수병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갖혀 버렸고 공습이 끝난후 구조작업이 진행되기전에 연기에 질식하거나 함내에 차오른 물 때문에 모두 사망했다.

 

일본 뇌격기들이 어뢰 공격을 시작한 지 8분 후, 8 5분이 되면서 이번에는 97식 수평폭격기들이 항의 상공에 진입하여 폭탄을 전함들에게 명중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이 떨어뜨리는 폭탄은 전함의 40mm 포탄을 개조한 800kg 철갑폭탄으로 관통력이 기존의 것보다 높아 15cm의 철판을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곧 진주만의 모든 전함들에게 1발이상의 철갑폭탄이 명중했다. 이제는 어떤 편대의 차례라고 할 필요도 없이 셀 수 없이 많은 일본기들이 진주만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뇌격과 급강하 폭격, 그리고 수평폭격이 숨 돌릴 틈없이 계속되었다. 순식간에 진주만 항내는 온통 불길에 휩쌓였으며 함선들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 연기로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였다.

 

오클라호마의 바로 뒤에 있었던 전함 웨스트버지니아는 불길에 뒤덮여 침몰하고 있었지만 수병들은 퇴함하지 않고 장교들의 인솔하에 용감하게 대공포로 일본기들을 향해 맹렬하게 응사하고 있었다. 이 전함은 홀수선 아래쪽에 어뢰를 맞고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함장의 명령에 따라 수병들이 신속하게 모두 반대쪽으로 이동하여 배의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함내의 불길은 소화기를 들고 불길에 맞선 수병들과 옆에서 물을 뿌려주는 소화선 1척의 활약으로 간신히 잡았지만 이 전함도 결국은 그대로 진주만의 바닦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러나 수심 15m의 얕은 바다에 바른자세로 주저앉아 버렸으므로 이 전함은 상부구조물의 침수를 면하여 공습이 끝날 때까지 대공포 사격을 계속할 수 있었다.

 

2. 네바다의 분전과 아리조나의 최후

 

처절한 공습하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전함 네바다의 분전이었다. 네바다는 뱃머리에 어뢰를 한발 맞았으나 전방 구획을 닫아 버려 침수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 한후에 곧장 진주만을 벗어나기위해서 엔진을 가동했다. 네바다는 항의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대공포로 맹렬하게 반격했다. 그러나 이미 일본기들로 우글거리는 상황에서는 절망적인 몸부림과도 같았다. 진주만 상공에서 네바다가 이동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후지다 중령은 즉시 네바다를 집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99식 급강하 폭격기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기 시작했다.

 

일본기들이 격렬한 대공포화를 헤집고 들어가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서 네바다에는 2발의 폭탄이 더 명중되었다. 전함은 점차로 기울어가고 있었으며 옆구리에서는 검은 중유를 마치 동맥혈과도 같이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수로를 향해 전진하면서 대공포로 격렬하게 반격해서 일본기 2기를 격추시켰다. 정말로 장렬하기까지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시점에서 네바다가 만일 수로의 가운데서 침몰한다면 좁은 수로를 가로막아 모든 함정이 꼼짝도 할 수 없게될 가능성이 있었다. 네바다의 함장은 즉시 해안쪽으로 방향을 돌리도록 명령했으며, 예인선 2척의 도움으로 간신히 네바다는 수로를 벗어나 와이피오곶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네바다는 폭탄 6발을 맞았으며 함내는 불길에 휩쌓였다. 하지만 네바다의 승무원들은 결사적으로 불과 싸웠으며 네바다는 간신히 불길을 잡고 침몰을 면했다.

 

다른 전함들에서도 상황은 어려웠다. 전함 테네시과 메릴랜드는 폭탄과 어뢰에 맞아 불길에 휩쌓여 있었으며 전함 버지니아는 9발의 직격탄을 맞고 대파되었다. 전함 캘리포니아도 어뢰 3발을 맞아 가라앉기 시작했고 함장은 함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했다. 연습 표적함으로 개조된 전함 유타는 몇발의 어뢰를 맞고는 서서히 전복되어 버렸다. 이외에 순양함 헬레나가 어뢰 5발을 온몸으로 맞아 대파되었고 그 옆에 있었던 기뢰부설함 오글라라는 헬레나의 폭발에 휘발려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잠시후 구축함 쇼가 탄약고에 철갑폭탄을 얻어맞아 대폭발과 함께 버섯구름을 피워올렸다. 쇼의 파편은 1000m가 넘는 곳까지 튀어 날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참화는 전함 아리조나에서 일어났다. 아리조나는 어뢰 7발을 연달아 맞아 이미 대파된 상태로 검은 연기에 휩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와중에 97식 수평폭격기 한 대가 떨어뜨린 철갑폭탄 한발이 결정타를 먹이고 말았다. 이 폭탄은 전방 포탑을 뚫고 들어와 함포의 포탄이 가득 쌓여있는 탄약고에서 폭발해 버린 것이다. 곧 포탄의 동시유폭으로 엄청난 대 폭발이 발생했고 불기둥이 수백m까지 솟구쳐 올랐다. 이 엄청난 폭발과 함께 거대한 전함이 마치 나뭇잎처럼 팔랑거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침몰해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아리조나 함내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1177명의 수병들이 죽음의 불길에 휘말려 타죽거나 아리조나와 함께 수장되 버렸다. 후지다의 회상에 의하면 아리조나의 대폭발은 800m 정도 떨어져있던 후지다의 비행기에까지 충격을 주어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고 한다.

 

한편, 1파 공격부대의 공습이 한창일 때 미본토에서 하와이를 향해 14시간에 걸친 장거리 비행을 해오던 B-17 폭격기 12대가 진주만 상공에 도착했다. 이들은 진주만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구름을 보면서 대규모 훈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갑자기 몇대의 제로 전투기가 이들에게 접근해서 기총사격을 했으며 날아오는 총탄을 보고나서야 편대장은 진주만이 공습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목적지였던 힉캄비행장에 착륙가능여부를 무전으로 물었다. 그러자 힉캄 비행장의 관제탐으로부터 현재 일본기들의 공습을 받고 있으나 일단 착륙을 시도해보라는 교신이 있었다.

 

B-17 편대가 힉캄비행장에 도달하니 상황은 정말 가관이었다. 어지럽게 날고 있는 일본기들이 공격을 계속하고 있었고, 활주로에는 불타는 미군기들의 잔해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게다가 미군의 대공포화가 빗발치듯 발사되고 있었으며 일부는 B-17 폭격기들을 일본기로 오인하고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연료가 거의 없었던 대부분의 B-17은 이런 악조건에서도 착륙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용감하게 착륙을 시도한 B-17의 대부분이 손상을 입기는 했지만 1대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지상에 내릴 수 있었다.

 

1파 공격대의 공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 후지다는 상공에서 진주만을 둘러보고 있었다. 항내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고, 온전한 전함은 한척도 없었다. 계속 폭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미군기들은 단 한 대도 반격해 오지 않고 있었다. 전황에 만족하고 있던 후지다는 자신의 편대를 이끌고 비교적 피해가 가볍다고 판단된 전함 메릴랜드를 목표로 폭격을 가했다. 격렬한 대공포화 사이를 날아서 메릴랜드의 상공에 진입한 후지다의 편대에서 투하된 4발의 폭탄이 메릴랜드를 향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중 2발이 정확하게 명중했다. 후지다의 비행기도 대공포화에 피탄되어 큰 구멍이나고 조종석이 손상받았지만 비행이 가능했으므로 그는 공격이 끝날 때까지 진주만 상공에 남아있었다.

 

후지다는 공격을 마친 기체들에게 즉시 귀함을 명령했고, 8 30분을 넘어서면서 제 1파 공격기들이 차례로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공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1파 공격기들이 공격을 시작한 지 채 한 시간이 안되는 8 52, 시마사키 소령이 이끄는 제 2파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2파 공격부대는 54대의 97식 함상공격기와 80대의 99식 급강하 폭격기 그리고 엄호를 맡은 36대의 제로전투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2파의 97식 함상공격기들에게는 250kg 폭탄 2발이 장착되었으며 또는 250kg 폭탄 1발과 60kg 폭탄 6발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들의 목표가 미군의 항공기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80대의 급강하 폭격기들에게는 250kg 폭탄 1발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애초에 이들의 공격 목표는 미해군의 항모였지만 항모가 진주만에 한 대도 없었으므로 결국 1차 공격에서 피해를 적게 입은 함선들에 대해서 공격하도록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진주만 상공에 자욱하게 피어오른 검은 연기구름과 반격태세를 정비한 미군의 거센 대공포화 때문에 예정된 목표물을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시마사키 중령은 공격이 가능한 임의의 목표물에 대해서 공격을 실시하도록 명령했다. 진주만의 함선들에는 또다시 불꽃세례가 퍼부어졌다.

이때까지도 포드섬과 힉캄, 휠러 등의 주요 미군 항공기지들에서는 전투기를 발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 공격대 제 1파와 2파는 진주만의 함선공격과 동시에 조직적으로 이 비행장들을 내습해왔던 것이다. 활주로는 온통 부서진 비행기들과 파편들로 어지러울 정도였으며 미군 조종사들은 날개가 붙어있는 비행기를 찾기 위해 광분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온전해 보이는 비행기를 발견했다 싶으면 곧 일본기의 집요한 공격으로 파괴되 버렸던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가장 늦게 공습을 받은 카네오헤 해군항공기지도 공격을 받을 때까지 대부분의 병사들이 공습을 받는 줄을 모르고 취침 중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군기들이 전혀 이륙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북쪽에 위치한 작은 비행장인 할레이와에서 P-40 4대와 P-36 4대가 이륙하여 일본기들과 공중전에 돌입했으며 총 7기의 일본기를 격추시켰다고 한다. (미군 출격기의 숫자에 대해서는 책마다 기술하는 바가 달라 진실 여부에 논란이 있다.)

 

(본 글은 순수 창작글이 아니며, 인터넷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여러 관련 문서를 수집, 발췌, 편집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