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청계천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종로구 숭인동에 옛 ‘정업원 터’가 나온다. 본래 정업원(淨業院)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 안에 있던 여승방(女僧房)이었는데, 주로 양반 출신의 여인들, 또는 궁궐에서 나온 후궁들이 불교에 귀의하여 머물던 절이다. 단종의 아내였던 정순왕후, 송비는 단종이 폐위되고 단종에 이별한 후에 이곳에 초막집을 짓고 세 명의 시녀와 함께 머물렀는데, 명주를 짜서 옷감을 만들면서 어렵게 살았다고 합니다. 이를 딱히 여긴 세조(수양대군)가 식량을 내렸지만 끝내 받지 않고 세 궁녀가 동냥하는 밥으로 어렵게 연명했으며 조석으로 뒷산에 올라 영월쪽을 바라보며 소일했다. 그래서 그 뒷산이 훗날 동망봉(東望峯)이란 이름을 얻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송비가 동냥으로 산다는 소문이 성안에 퍼지자 이를 가여이 여긴 뜻있는 아낙네들은 앞다투어 푸성귀라도 대주고 싶어 채소다발을 이고 메고 영이별다리(청계천에 단종과 정순왕후과 이별한 영미교의 별칭)로 몰려들었으며 관가에서는 이런 집단 행동이 반란으로 이어질까 영이별다리 출입을 통제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아낙들은 이 다리 위에 푸성귀 장사를 가장하여 눌러앉았던 것이 자꾸 번창하여 여인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여인시장으로 커져 나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제21대 왕 영조는 1771년(영조 47년)에 정순왕후를 추모하기 위하여 그녀가 살던 정업원 터에 비석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정업원구기’ (淨業院舊基) 비 이다. 뜻 그대로 정업원 옛터 라는 의미로 비석에 새겨긴 글씨는 영조의 친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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