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폐허의 위기에서 서울을 구한 김용주 공사

Fullsteam Paul 2024. 9. 11. 08:48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상도까지 일시에 수세에 몰렸던 UN군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세 역전을 도모한다. 인천상륙작전 수립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대전에서 시가전은 언제나 쉽지 않고 큰 희생이 수반된다. 많은 건물과 도시시설들은 적에게 좋은 위장과 엄폐물이 되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 시가전은 사전에 대규모 공중 폭격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주일일본공사로 임명되어 근무 중이던 김용주 공사는 UN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서울이 잿더미 폐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맥아더 사령관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서울수복작전과 관련 건이라고 명회요청 용건을 전달한 김공사에게 면담은 수락되었는데, 면담 자리에는 맥아더 사령관 뿐만 아니라 UN군 사령부 고위장성들이 모두 배석하였다. 김공사에게서 작전에 필요한 어떤 중요한 정보가 나오는 지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김공사는 예상과 달리 서울에 소재한 우리 민족의 문화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 문화재들이 공습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요청하자 장성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맥아더 사령관은 파이프 담배를 물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참모장. 김공사의 말에 일리가 있소. 그리고 대단히 뜻있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검토해 보도록 합시다." 라며 김공사를 작전상황실로 안내하였다. 작전상황실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서울 지도가 걸려 있었고, 맥아더의 참모진들은 김공사에게 색연필로 폭격하면 안되는 곳을 표시해 달라고 얘기한다. 
 
김공사가 너무 넓은 범위를 그리자 난색을 표한 참모진은 김공사가 다시 貞洞 - 乙支路 - 往十里 선으로 축소하여 선을 그어주자, 참모들은 다시 숙의하더니, 절대보장은 어렵지만 貞洞에서 청계천 선을 그으면서 이 정도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을 준다. 용기를 얻은 김공사는 저지선 남쪽에 위치한 남대문과 덕수궁에 다시 색연필로 크게 원주들을 그리면서 이 두 곳은 절대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한다.
 
김공사는 나오면서 맥아더 사령관에세 거듭하여 진심의 감사의 마음을 표하였고 맥아더 사령관은 오히려 김공사의 등을 두둘겨 주며 "김공사님. 오늘 나에게 참 좋은 '어드바이스'를 해주어서 내 마음이 대단히 기쁩니다. 최선을 다하여 보존토록 하겠습니다."라며 대답을 해주었다고 한다. 맥아더 사령관의 인품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훗날 이 비화는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고문이였던 미국인 래디씨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서울의 문화재가 폭격으로부터 구제된 것은 김용주 공사 때문이고, 김용주 공사는 서울을 폭격으로부터 구한 恩人이다. 내가 맥아더 장군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라고 술회한다.
 
우리가 당연히 거기에 남아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문화재들은 알려지지 않은 조상들의 애정과 노력이 스며들어 있음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