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싸움...화투 (花鬪)
화투패에 그려진 수많은 꽃그림에서 화투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고들 한다. 화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작 작금에 이르러서는 일본에 비하여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화투가 훨씬 번성, 발전한 것 또한 이론의 여지가 없다. 화투패는 일본에서 온 것이여도 '고스톱'은 우리나라의 놀이이니까....
일본에서 유래되다보니 화투패에 그려진 그림들에는 일본의 여러가지 전통 세시풍속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오늘은 그 의미를 살펴보려한다.
1월- '복과 건강'을 담은 松鶴
1월은 솔(松)과 학(鶴)이 그려져 있다. 소나무는 일본에는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동안 소나무(松-마쯔)를 집앞에 꽂아두는 풍습이 있다. '카도마쯔(門松)'라고 불리는 세시풍속으로 福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옛날 같지는 않다해도 지금도 각 집이나 가게마다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이다. 이런 이유로 소나무가 1월을 장식하게 된다. 학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서 일본에서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결국 1월의 화투는 '福과 건강'을 비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2월 - '우메보시'에서 보는 일본인들의 '매화'觀
2월은 다들 알다시피 매화이다. 2월에는 일본에서는 매화 축제가 벌어진다. 매화꽃도 꽃이려니와 특히 열매, 즉 매실로 만든 절임인 우메보시(梅干)는 일본인들의 입맛을 돋구는 대표적 일본음식이다. 우리의 김치나 별반 다를게 없다. 그만큼 매화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꽃이기에 2월에 등장한다.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새는 꾀꼬리류의 휘파람새(鶯-우구이쓰)라고 한다. 일본의 초봄을 상징하는 새이다.
3월 - 사쿠라 (櫻) , 벚꽃
3월은 봄. 사쿠라, 벚꽃이다. 딱히 설명을 하는게 불필요한 화투패 아닐까? 다만, 3광(光)을 보면 대나무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 처럼 보이는 걸 알 수 있는데 '만마쿠'(慢幕)라고 부르는 막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각종 式場에 둘러치는 전통휘장으로 쓰여진다고 한다. 3월이면 봄을 맞아 각종 행사와 축제가 많아지는 시기적인 특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4월 - '등나무'와 '비둘기'
보통 '흑싸리'라고 불려지지만 원래는 등나무(藤-후지) 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등나무는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가마의 장식 또는 가문의 문장(紋章)으로도 자주 쓰이는 나무이다. 일본에서 후지(藤)로 시작하는 이름들, 예를 들어 후지모토(藤本),후지타(藤田),후지이(藤井)등의 이름이 많은 것도 '등나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나무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또 4월에 그려진 새는 비둘기(鳩-하토)다. 일본에서 비둘기는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로 인식한다. 가문의 문장(紋章)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비둘기를 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5월- '초'가 아니라 '창포'
5월이 재미있다. 우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난초로 알고있는 5월은 실제는 '창포(菖蒲-쇼우부)라고 한다. 일본에서 5월의 풍취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하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점은 우리하고 유사하다. 음력 5월 5일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감는 우리네 세시풍속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 질 수 밖에 없다. 잊지말자. 난초가 아니라 창포이다.
6월 – 향기 없는 모란에 왠 나비?
6월은 모란이다. 일본에서 부르는 그대로 목단 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일본 발음으로는 '보탄'(牧丹-보탄)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꽃 중의 꽃,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된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는 모란이 향기가 없어 나비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나비를 그려 넣는다.
7월 - 멧돼지의 등장
4월을 흑싸리라 하듯 7월은 속칭 '홍싸리'라고 한다. 실제로도 7월의 만개한 싸리나무(萩)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한다. 싸리나무를 지나고 있는 동물은 멧돼지(猪-이노시시)인데 7월에는 메[ㅅ돼지를 사냥했다는 속설이 있다. 7월에 멧돼지를 잡지 않으면 8월에 추수할 농작물을 다 망쳐놔서가 아닐까?
8월 - 한국과 일본이 가장 다른 8월
속칭 '8월의 빈 산(八空山)'이라고 한다. 화투 48장중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뒤 그림이 바뀐 것이 이 8월이라고 한다.
원래 일본화투의 8월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 (秋七草)' - 억새, 칡, 도라지등 -이 그려져 있었는데 우리의 지금 화투에는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데 일본 화투에서도 팔공산 그림의 화투패 이미지가 존재하여 정호가한 답은 알 수가 없다.
9월 - '일본 중앙절'과 '9쌍피'에 담겨진 '長壽'
국화. 국준(菊俊)이라고도 한다만 9월에 국화가 등장한 것은 일본의 중앙절(9월9일) 관습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이 때가 되면 일본에서는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비는 풍습이 있었다. 9월의 '열끝자리-흔히 쌍피로 대용되는 그림'에 쓰여져 있는 한자...목숨 '수(壽)'자만 보아도 이 해석은 정확해 보인다. 무병장수를 빌었던 9월 중앙절 풍습을 그린 것으로 봐야 한다.
10월 - 단풍의 계절
10월 가을다운 단풍의 계절. 단풍과 함께 '사슴'이 등장하는 것은 사냥철의 의미라고 봐야 한다. 단풍이 곧 가을이고 가을이 곧 10월인데 딱히 멀 더 설명하리.
11월 - 일본과 순서가 바뀌었다.
'오동(梧桐)'의 '동'발음을 강하게 해서 속칭 '똥'이라고 부른다. 원래 일본 화투에서는 이 '똥'이 맨 마지막 '12월'이었다고 한다. '오동(梧桐)'을 일본말로 '키리'라고 하는데 '끝'을 의미하는 '키리(切)'와 발음이 똑같아 마지막 달인 12월에 배치했다고 ...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와서 11월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똥광(光)'에 그려져 있는 닭머리 같은 동물은 전설속의 동물, 봉황입니다. 봉황은 소나무, 학, 거북이 등과 같이 동양화에 많이 출연하는 대상물이다.
12월 - 비'光'의 갓 쓴 사람
12월은 가장 할 말이 많은 화투패이다. 비로 알려진 12월 비광(光)에 나오는 갓 쓴 사람은 小野道風(おののどうふ-아노노 도우후, 894-966)라는 10세기에 유명한 서예가이다. 이것이 에도시대에는 우산을 쓰고 달리는 오노 사다쿠로(斧定九郎)라는 인물로 그렸는데 메이지시대에 들어와 헤이안시대의 서예가 오노노도후(오노노미치카제)(小野道風)로 교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한다. 화투패 인물이 교체되었다니 좀 신기하고 재미잇는 부분이다. 오노노도후가 서예를 연습해도 도무지 진전이 없자 포기하고 산책이나 가려고 했다가 가는 길에 개구리가 빗물로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친 끝에 버드나무에 오르는 광경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더욱 서예에 정진했다는 일화를 묘사하고 있다.내는 광(光) 취급을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은 배경은 실제 상징하는 것은 버드나무이다. 버드나무 아래에 새는 제비다. 시꺼먼 문짝 처럼 보이는 쌍피는 자세히 배경을 뒤집어 보면 번개가 떨어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라이진(뇌신)(雷神様)의 태고(太鼓)와 오니(鬼)의 손이 그려져 있다. 라이진이 떨어진 북을 잡는 모습이였는데 시대가 흐르며 간소화해서 그리다보니 원형을 유추하기 매우 힘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버드나무, 제비, 개구리 이 모든게 봄을 상징한다. 12월 겨울과는 전혀 관련없는 봄과 관련된 이 12월 그림들은 원래 11월 오동이 끝이고 12월 비는 먼가 나중에 새롭게 추가되었다고 유추가 가능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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