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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 태평양전쟁사 (10)

Fullsteam Paul 2024. 10. 3. 08:55

일본제국해군..대영제국해군과 한판 붙다...말레이 해전

 

진주만의 미태평양 함대가 일본군의 공격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것과 함께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동남아의 말레이시아 앞바다에서 벌어진다. '말레이 해전'이라고도 불리는 전투로서, 영국의 기동부대와 일본해군 항공대간의 교전이었는데 항공전사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전투 중에 하나이다.

 

!. 전군 남진 하라!!!!!

 

1941 12월 일본군은 진주만 기습과 동시에 남쪽으로 치고 내려올 작전을 세워놓고 있었다. 애초부터 일본군의 목적은 진주만의 미태평양 함대를 기습공격하여 방해세력을 제거한 후,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남방지역의 유전과 자원지역을 점령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본군의 남방작전에는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말레이시아, 싱가폴을 식민지로 하고 있었던 영국군이 걸림돌이었다.

특히, 100년이상 이 지역을 통치해온 영국은 감히 아시아의 일본 따위가 대영제국의 식민지를 넘보겠는가 하는 식의 자만에 빠져있었다. 이것은 마치 진주만의 미군이 일본이 어떻게 진주만을 공격하겠는가라면서 방심하던 것과 비슷했다. 이 지역의 영국공군은 사실상 시대에 훨씬 뒤떨어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던 기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주력 전투기로는 미해군으로부터 구매했던 브류스터 F2A 버팔로기들이 활동하고 있었고, 블렌힘 폭격기와 와일드비스트 뇌격기등으로 이루어진 총 158대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영국은 이시기에 본토가 위기에 몰려 유럽과 지중해지역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으며, 계속 독일공군의 맹공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지경이어서 아시아와 같은 변방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서, 영국정부에 의해서 태평양 지역의 영국주둔군은 전쟁과는 거리가 먼 변방에 있는 것으로 취급받았고 결국 병력과 군장비의 보급 우선순위에서 맨 뒤로 밀려있었다.

한편, 영국은 점차적으로 일본의 군사적인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의 동남아 진출을 저지하라는 처칠의 명령으로 해군 기동함대를 편성하여 남진하는 일본의 침공함대를 격멸하기위한 작전을 세웠다. 아무리 영국에서 멀리 떠어진 동남아시아라고 해도 세계최강으로 군림해온 영국해군은 일본해군의 구식 전함과 순양함 따위는 영국해군의 최신 전함을 파견해서 제압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대영제국해군은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를 기함으로 순양전함 리펄스와 구축함 4척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를 구성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적을 너무나 얕잡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수립된 것이었다. 영국해군은 아무리 영국이 유럽과 지중해 지역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고하나 그래도 세계의 바다를 주름잡는 것은 대영제국의 해군이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어서 자신들의 위력을 일본해군에게 과시하기 위해 파견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이 함대에는 항공모함 인도미터블이 따라붙게 되어 있었으나 이 항모가 훈련중 좌초해 버려 결국 전혀 항공기의 호위가 없는 고전적인 함대구성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영국군은 이 함대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의 침공함대를 격멸하고 동남아의 제해권을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함대는 'Z 기동부대'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Z기동부대의 기함인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는 영국해군이 자랑하는 최신 전함으로서 40cm 주포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1941 8월 처칠이 루즈벨트와의 회담을 위해 대서양을 항해할 때 그가 타고갈 군함으로 선정된 일도 있어서 영국해군이 이 전함을 태평양으로 보냈다는 것이 이 Z기동함대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순양전함 리펄스는 1915년에 건조된 낡은 함선으로서 계속 개수와 수리를 시행해서 운영이 되고 있었으므로 수병들은 농담삼아 순양전함 '리페어(repair)'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동양함대의 지휘를 맡은 톰 필립스 제독은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싱가폴의 영국공군이 엄호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비췄지만, 속으로는 ', 전투기엄호가 없어도 일본해군 따위는 쉽게 격파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2 2일 이 Z기동부대가 싱가폴에 입항하자 대대적인 환영행사와 함께 라디오를 통해서 이 Z 기동부대가 싱가폴에 입성했다는 뉴스를 의도적으로 방송하여 영국군의 사기를 높이고 일본에게 경고하는 작전을 시행하였다그러나 아직 전쟁이 시작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일본군이 선제공격을 하기전에는 영국군이 적극적으로 일본함대를 저지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상륙군은 손쉽게 말레이시아 반도의 북쪽에 상륙했다. 이 상륙군이 싱가폴을 향해서 남진하는 동안 바다에서는 남방함대의 말레이부대가 따라붙어 호위할 예정이었다.

 

진주만 공습이 있기 24시간전인 12 7 (하와이 시간은 12 6), 말레이시아에서 발진한 영국의 카타리나 비행정이 정체불명의 일본함대를 발견하고는 추적하고 있었다. 이 함대는 진주만 공습과 동시에 말레이시아 침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일본육군 제 25군의 지상병력을 수송하고 있었던 침공함대였다. 이 함대를 발견한 카탈리나 비행정은 본부에 '태국 또는 말레이시아 방면으로 순항중인 정체불명의 함대 발견'을 보고한후 계속 추적했으나 곧 일본군에게 발견되어 추격해온 일본 전투기들에 의해서 격추되어 버렸다. 이것이 아시아 지역 최초의 영국공군 손실이었으며 비행정의 승무원들이 정확한 일본 함대의 규모나 위치를 보고하지 못한채로 격추되 버리는 바람에 영국군은 본격적인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사실 이 일본함대는 남방함대 본대와 말레이 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남방부대 본대는 전함 2, 중순양함 2, 구축함 10척으로 편성되어 있었으며 말레이 부대는 중순양함 5, 경순양함 3, 구축함 13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국에서 상상도 못하고 있던 엄청난 규모의 함대였다. 비행정이 발견한 이 공격함대는 일본 육군의 야마시타 중장이 지휘하는 원정부대로서 진주만 기습과 동시에 타일랜드와 말레이시아를 점령하는 것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동남아 영국군의 본거지인 싱가폴을 최종적으로 점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야마시타는 이지역을 오랜기간 지배해온 영국군이 어느정도 강력한 저항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어서 최소한 3달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격이 시작된지 불과 70일만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편, 이 침공부대의 호위를 위해서 해군항공대의 제 22 항공전대가 동남아시아로 이동하여 베트남의 사이공에 전개한 상태였다. 이부대는 96기의 G3M, G4M 육상공격기를 주축으로 호위 전투기루서 36기의 제로전투기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 부대는 동남아 지역을 수비하는 영국공군과 일전을 벌이면서 일본해군의 진격을 근접엄호하는 특명을 받고 있었다.

 

2. Z기동함대 출항하라...

 

12 8, 진주만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북부 말레이 지역의 영국공군 비행장에 대해서도 일본군의 공중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태국 국경 근교의 알로스타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공군 제 62 비행대대가 최초로 공격을 받아 보유중이던 블렌힘 폭격기들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이날 블렌힘 폭격기들은 일본군에게 반격하기 위해서 폭격기들을 막 이륙시키려던 중이었다가 불시에 날아든 일본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에게 참담하게 파괴되어 버린다. 이것이 영국도 태평양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Z기동부대는 12 8일 일본기들이 싱가폴 상공까지 진출하여 공습을 가한 후에서야 긴급출동 명령을 받고, 해가 질 무렵이 되면서 야음을 틈타 싱가폴의 영국해군기지를 출발해서 일본군이 대규모로 상륙을 예정하고 있는 지점이라 예상되는 타일랜드의 싱고라를 목표로 항진했다. 그러나 이미 일본군은 상륙을 시작한 상태였으며 타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북방의 영국군 수비대를 쉽게 격파하면서 기선을 제압하고 있었다. 말레이 북부의 모든 영국군 비행장은 파괴되거나 일본군의 수중에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출항한 지 하루만에 필립스 제독은 싱가폴의 사령부로부터 일본군의 전진으로 항공엄호가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필립스 제독은 "공군친구들이 사정이 어려운가 보군, 그럼 우리 해군이 해치워 버리지뭐..."라고 말하면서 계속 전진할 것을 명했다. 해상에는 옅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시계가 좋지 않았고 일본군의 정찰기로 보이는 비행기가 멀리서 비행하는 것이 관측되었다. 필립스 제독은 웬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직 일본군의 움직임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일본 정찰기에게 발견되어 이미 기습의 이점이 상실된 상태가 되 버렸다. 게다가 영국해군 사령부로부터도 일본군의 자세한 움직임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이대로 막연히 항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부관들의 의견도 있어서 빌립스 제독은 일단 작전을 중지하고 싱가폴로 회항하기로 했다.

 

북진 계획을 중지하고 방향을 돌려 남진하던 Z기동부대는  12 9일 오후에 일본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그것은 Z 기동부대가 돌아오는 길목인 쿠안탄 지역에 일본 상륙부대가 상륙작전을 시작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필립스 제독은 그렇지 않아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땜에 찜찜해 있던 차에 쿠안탄 지역으로 향하여 이지역의 일본 상륙군을 강타하면 어느정도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장 Z 기동부대는 일본상륙군을 공격하기 위해서 쿠안탄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Z기동부대는 이미 일본해군에게 들킨 상태였다. 일본 잠수함이 이미 하루전에 이 함대를 발견한 후 미행하면서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쿠안탄 지역의 경보는 사실 일본군이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실시한 것이 아니라 영국군이 매설한 지뢰지대에 물소떼가 뛰어들어 지뢰가 연쇄폭발을 일으키면서 소란이 벌어지자, 영국병사들이 놀라서 틀림없이 일본군이 대대적인 상륙을 시작한 것이라고 오인하고는 보고한 내용이었다.

 

일본해군의 오자와 제독은 중순양함이 주축이 된 말레이 부대가 이 Z기동부대와 마주칠 가능성이 예상되자 즉시 말레이부대에게 함포의 사거리에서 열세가 예상되더라도 야간 전투를 감행하여 영국함대와 일전을 벌이도록 명령을 내리면서, 일본해군의 제 22항공전대에게 전력을 다해서 동양함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오자와 제독도 이 Z기동부대와 말레이함대와 해전이 벌어지는 경우 일본군의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있었다.

  

12 9일 오후, 일본해군 제 22 항공전대의 육상공격기들이 53기가 어뢰와 폭탄으로 무장하고 일제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긴급출격 명령을 받고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있어 상공에서 해상을 관찰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 공격기 편대는 구름 아래로 비행하면서 영국함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중 선도기가 달빛아래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항적을 발견했다. 즉시 비행대장으로부터 전원 공격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으며 이들은 어둠속에서 이 항적을 추적했다. 마침대 이들은 항적을 추적하여 몇대의 함선을 포착했다. 그러나 공격명령을 막 내리려는 순간, 이 함대가 바로 오자와 제독의 순양함 전대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마터면 아군의 함정을 공격할뻔했던 비행대장은 즉시 공격명령을 취소하고 귀환할 것을 명령했다. 장시간의 비행에 지친 조종사들은 피로한 상태로 기지 상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 어뢰와 폭탄을 장착한 채로 위험한 야간 착륙을 실시하여 모두 성공적으로 착륙 할 수 있었다.

 

3. 대영제국의 자랑..웨일스의 왕자, 태평양에 잠들다

 

한편 12 10일의 이른 아침, Z 기동부대는 쿠안탄 연안을 따라서 서서히 남진하면서 일본군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시 일본 잠수함이 Z 기동부대를 포착했다. 22 항공전대는 즉시 비상출동명령이 떨어졌으며 조종사들은 잠을 자다말고 기상하여 다시 육상공격기들을 몰고 이륙했다. 이날은 전날보다 훨씬 많은 85기의 G3M, G4M 공격기가 참가했다. 이들은 잠수함이 보고한 지점을 향해서 전속으로 비행했다. 이날의 시계는 양호했으며 하늘에는 구름이 약간씩만 끼어 있어서 공격기측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일본해군과 영국해군의 말레이 해전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말레이해전에 침몰한 프린스 오브 웨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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